미키 17

나에게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작품이 즐거웠다.

2025년 03월 18일  |   Read time: 7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항상 나를 설레게 만든다. 그는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설국열차><옥자>로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왔다. 그의 신작 <미키 17>도 예외는 아니다.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고, 이제 직접 보고 나니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고 느낀다.

SF

<미키 17>은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로, 죽어도 다시 태어나는 클론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이 설정만으로도 신선한데,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단순한 SF를 넘어선,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기존 그의 작품들이 사회적 메시지와 감성적인 연출을 결합했던 만큼, <미키 17>에서도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로버트 패틴슨, 그리고 캐릭터의 무게감

주연 배우인 로버트 패틴슨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더 배트맨>에서는 어둡고 내면적인 연기로 새로운 배트맨을 창조했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키 17>에서도 그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패틴슨이 연기하는 미키는 단순한 클론이 아니다. 반복되는 죽음과 재생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자아’를 형성해 나간다. 처음에는 단순한 ‘소모품’처럼 취급되지만, 점점 자신이 가진 기억과 감정을 통해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패틴슨의 연기는 점점 더 깊이를 더한다. 그는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봉준호 영화는 특징이 살아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다. 둘째,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이 돋보인다. 셋째,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미키 17>에서도 이런 요소들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번 영화는 단순한 SF 서사가 아니다.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 생명 윤리, 그리고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던진다. 초반에는 비교적 가벼운 톤으로 진행되지만, 중반 이후부터 점점 무거운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각적 연출과 세계관

또 봉준호 감독의 연출은 언제나 디테일이 살아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미키 17>의 미래 세계는 세련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과 대비되는 어두운 사회 구조, 차가운 기계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인간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조명과 색감의 활용이 탁월했다. 초반부에는 비교적 따뜻한 색조가 사용되지만, 미키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차갑고 무채색의 분위기로 변해간다. 이런 시각적 요소들은 영화의 주제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

솔직히 말해, 봉준호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든 나는 기대할 것이다. 그는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미키 17>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은 예상보다 더 깊었다.

단순히 ‘재미있었다’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본 이후에도 미키의 선택과 존재에 대한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남겨진 여운은, 봉준호 감독이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던진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근데 또 생각보다 선정적이라서 당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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